민식이법 놀이, 정말 ‘유행’하는가?
“’민식이법 놀이’는 실재하는가?”
이 질문에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는 물론 누구도 답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들이 근거로 든 자료들은 다음과 같다.
- ‘보배드림’ 커뮤니티 회원이 제공한 블랙박스
- ‘한문철 TV’ 구독자가 제공한 블랙박스
-
네이버 지식인 글이 전부이다.
그런데 정작 ‘운전자’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울 ‘민식이법 놀이’를 하는 ‘어린이’는 기사에 없다.
일부 커뮤니티에서 ‘민식이법 놀이’를 하는 걸로 추정된다며 올라온 블랙박스와 이 영상을 근거로 ‘민식이법’ 문제를 지적하는 유튜브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민식이법 놀이’라는 단어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들이 말하는 ‘민식이법 놀이’는 어린이들이 스쿨존 내에서 일부러 돈을 뜯어내거나, 운전자를 위협하기 위해 달리는 차에 뛰어든다는 것이다. 언론은 일부 네티즌과 유튜버의 주장을 언론이 확인 절차 없이 그대로 보도했고, 그들의 ‘상상’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채널A는 ‘민식이법 놀이’가 어린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행’이라면 적어도 어린이 한 명이라도 인터뷰를 해야 하지 않았을까. 이들이 인터뷰 대상자로 선택한 사람은 운전자, 변호사이다.
MBC의 보도도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역시나 ‘어린이’가 도로에서 위험한 장난을 하는 걸로 ‘추정’되는 블랙박스 영상을 보여준다. 보도 끝자락 앵커는 “진짜 놀이를 하는 것인지 확인된 건 아니지만, 영상이 사실이라면 철없는 장난이라고 보기엔 정말 위험한데요”라고 말한다. 아나운서는 “어린이 안전을 위해 만든 민식이법의 본질이 훼손되지 않도록 학교와 가정에서도 안전교육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라고 마무리 멘트를 한다. 해당 놀이가 존재하는지 확인도 하지 않고 보도하는 언론이 민식이법의 본질이 훼손될까 걱정하는 게 모순적이다.
언론은 별도의 취재 없이 어린이들이 ‘민식이법 놀이’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유튜브와 커뮤니티 글을 계속 받아쓰며 사실상 ‘민식이법 놀이’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들이 주장하는 영상 속 어린이들은 모두 ‘민식이법 놀이’를 하는 어린이들로 정의되어 있다. 하지만 영상 전후의 상황은 전혀 알 수 없으며, 어린이들의 입장은 배제된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
기자는 유튜브와 커뮤니티 내의 영상과 글을 보도하기 위해 최소한 해당 영상 촬영 및 소지자와의 인터뷰 혹은 해당 장소에서 벌어진 일에 대한 취재를 우선해야 한다. 국민일보는 보배드림 인스타그램 영상을 인용하며 “‘민식이법 놀이’를 하는” , “‘민식이법 놀이’를 하는 듯한” 라고 기사를 썼다. 아시아경제는 직장인 B(29) 씨의 “나쁜 부모들이 보험금을 탈 목적으로 아이들에게 차에 뛰어들라고 하면 어떡하나”라는 말을 실었다.
어린이는 체격이 작고 시야 폭이 좁아 도로에서 움직이는 차량을 인식하는 범위가 성인과 다를 수 있다. 따라서 ‘민식이법 놀이’ 유행 근거로 든 블랙박스 영상의 대부분은 어린이들이 도로를 건너는 상황에서 미처 차량을 확인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혹시라도 그들의 상상대로 돈을 노리고 위험천만한 놀이를 하는 어린이가 있다면 이는 자신의 행동이 어떠한 결과를 낳을지 모르고 어린이기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일 수 있다. 그러기에 어른들의 세심한 보호와 교육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중략)
‘민식이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다. 속단하기 이르지만 어린이 보호 구역 내 사고가 감소하고 있다는 통계가 나오고 있다. 어린이가 안전한 세상을 만드는 것은 어른의 책임이다. ‘민식이법’은 책임을 다하기 위한 한 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우여곡절 끝에 통과된 민식이법을 운전자 ‘과잉처벌’ 논란의 대상으로 만든 것은 유튜브와 커뮤니티의 가짜 뉴스를 받아쓴 언론이었다.
이번 ‘민식이법 놀이’ 논란에서도 언론은 어린이를 가해자이자 보험 사기꾼으로 만들고 있다. 언론은 어린이들이 ‘민식이법 놀이’를 하는 것으로 보도하면서 마치 민식이법을 ‘악법’인 것처럼 만들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제대로 취재를 하고 보도한 것인지 묻고싶다. 언론은 민식이법이 취지에 맞게 시행되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그리고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 보도할 수 있으나 어린이를 일반화시키며 우범의 대상으로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 되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중략)
http://slownews.kr/8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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